봄에 작은 고추 모종을 심고,
매일같이 물을 주고 살펴보며
기다렸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네요
그리고 기다림 속에
장마에도 꿋꿋이 견디고, 무더위 속에서도
붉게 익어준 고추들을 보니
마치 내게 선물을 안겨준 것만 같아요.
짙은 초록빛 사이로
얼굴을 내민 붉은 고추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듯 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농사일은 정말 힘들지만 이런 순간마다
그 힘들다는 느낌을 살짝 잊어버리곤 해요
고추를 딸 때는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가지가 상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따야 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가지를 부러뜨려 속상할 때도 있고요
곡식들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요
그렇기에 자주 자주 들여다 보고
틈틈이 해충도 막아주면서 키운 덕분인지
올해 고추는 유난히 탐스럽고 색도 곱습니다.
수확한 고추는 숙성의 시간을 거치고 말릴 준비를 합니다.
고추 말리는 풍경도
여름철 농촌의 정겨운 모습 중 하나 지요.
수확의 기쁨은 단지
고추를 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결과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오르며 가족들과 정을 나누는 데까지 이어집니다.